바둑 (Baduk)
바둑은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19줄이 그려진 바둑판 위에 두 선수가 흑과 백을 번갈아 두어 집을 많이 얻는 쪽이 이기는 보드게임의 일종이다. 흑이 백보다 먼저 두기 때문에 백에게는 덤을 주게 되는데, 한국과 일본은 6.5집 그리고 중국은 7.5집을 준다. 여기에서 0.5집은 무승부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나, 그렇다고 바둑에서 무승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둑의 무승부에 관한 설명은 나중에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다.
나는 바둑을 따로 배운 적은 없고 기력도 높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것과 보는 것 모두를 좋아한다. 더 이상 프로기사는 아니지만, 바둑 해설계의 1인자인 김성룡 전 프로 9단의 해설을 특히 좋아한다.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해 아래에 유튜브 채널, 김성룡 바둑랩을 링크해두었다.
https://www.youtube.com/c/%EA%B9%80%EC%84%B1%EB%A3%A1%EB%B0%94%EB%91%91%EB%9E%A9
예전과 다르게 현대 바둑은 (마인드) 스포츠이기도 해서, 팬(Fan)으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야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그리고 대국(바둑 경기) 시간과 팬의 흥미는 반비례하기 때문에, 대국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이다. 바둑을 배우는 것은 다른 보드게임이나 스포츠 종목에 비해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인데다 대국 시간마저 길다면 새로운 팬의 유입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의 기본적인 규칙은 이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설명한 좋은 글 (아래 링크 참조) 이 있어서 생략하기로 한다. 이 글에서는 바둑 경기의 여러가지 시간 규칙에 대해서 정리 및 설명하고자 한다.
https://www.kbaduk.or.kr/baduk/rule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0064
기본시간
바둑 경기에 참가한 두 선수에게 각각 주어지는 시간으로 생각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본시간이 1시간이라는 것은 경기 진행을 위해 흑과 백 선수 모두에게 각 1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뜻한다. 경기가 시작되고 흑이 한 수를 두기 전까지 5분을 사용하면 흑의 기본시간은 55분이 남게 된다. 이후, 백이 한 수를 두기 전까지 백의 기본 시간이 차감되지만, 그 동안 흑의 시간은 멈춰 있다.
위 사진의 경우, 백은 기본시간으로 약 1시간 20분, 흑은 약 1시간 40분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시간이 모두 차감되면 (보통의 경우) 초읽기로 넘어가며, 좌우에 숫자판은 남은 초읽기 횟수를 뜻한다.
초읽기
초읽기는 기본시간을 모두 사용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추가 시간으로 a분 (또는 초) b회의 형태로 주어지는데, 계시원이 남은 초읽기 횟수와 마지막 10초를 불러주기 때문에 그 명칭에 유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a는 초읽기 1회 당 주어지는 시간이며, 만약 a라는 시간이 지나기 전에 착수 (바둑판에 돌을 두는 것) 를 하게 되면, 초읽기 횟수 b는 줄어들지 않는다.
즉, 기본시간을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 초읽기가 1분 3회라고 할 때, 매번 1분 미만의 시간 마다 착수를 한다면 초읽기 횟수는 차감되지 않으며 시간을 무한히 쓸 수 있다. 만약 1분을 초과하여 착수하게 되면, 초읽기 횟수는 3회에서 1회가 차감되어 2회가 된다. 즉, 3회 중에서 처음 2회는 1분 이상 2분 미만으로 생각한 다음에 착수할 수 있지만, 마지막 초읽기에서는 시간 내에 착수하지 않으면 시간패를 당한다. 물론 남아있는 초읽기 횟수가 3회일 때, 3분 미만으로 생각한 다음에 착수 (초읽기 2회를 한번에 사용) 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1년 현재 진행되는 메이저 세계대회를 기준으로 기본시간과 초읽기을 정리한 표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다.
대회명 | 기본시간 | 초읽기 |
삼성화재배 | 2시간 | 1분 5회 |
LG배 | 3시간 | 40초 5회 |
몽백합배 | 2시간 (결승 3시간) | 1분 5회 |
백령배 | 2시간 | 1분 1회 |
춘란배 | 2시간 25분 | 1분 5회 |
응씨배 | 3시간 | (초읽기는 아니지만) 20분 2회 |
여기에서 응씨배의 경우에는 초읽기가 없다. 기본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추가시간 20분 (패널티로 2집을 차감한다) 을 2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2번의 추가시간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 (40분) 시간패를 당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 대국이 많아서 컴퓨터가 정확하게 초읽기를 진행하지만, 계시원이 초읽기를 하는 경우에는 마지막 아홉에서 열 사이가 1초보다 긴 듯한 느낌도 받는다.
피셔 방식 (Fischer's rule)
피셔 방식은 체스 선수인 바비 피셔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체스 경기에서 유래한 방식이다. 위에서 설명한 기본시간과 초읽기 방식은 바둑 경기가 언제 끝나는 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다르게, 피셔 방식은 경기 종료 시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경기에 참가한 두 선수에게 매번 착수를 위한 시간을 주는데, 초읽기와는 다르게, 일찍 착수를 하면 남은 시간을 적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0초 방식에서 한 선수가 10초에 착수를 하면 나머지 20초가 적립되어 다음 번 착수는 50초 내에만 하면 된다. 나중을 위해 쉬운 장면에서는 착수를 바로 진행하기 때문에 바둑 팬의 입장에서는 덜 지루하게 느껴진다.
만약 바둑 경기가 약 200수 정도에 끝난다고 가정한다면, +30초 방식에서는 경기 시간을 6000초 (=1시간 40분) 내외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방송사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