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잔해 (Plane Wrech)
내가 여행했던 2016년 6월에는 구글맵에서 "plane wreck, vik, Iceland" 로 검색하면, Sólheimasandur Plane Wreck 라는 검색 결과가 아래 그림과 같이 나왔는데, 실제로 가보면 비행기 잔해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주차장이었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보니, 구글맵에서 "Sólheimasandur Plane Wreck"의 위치가 실제 비행기 잔해가 있는 곳으로 바뀌어 있다. 아마도 신고 정신이 투철한 누군가가 정정 요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나보다. 지금은 다시 바뀌었을 수도...
비크 캠프사이트에서 출발하여 20분 정도 걸려서 비행기 잔해 주차장에 도착했다. 1번 도로 근처에 아래 사진과 같은 주차장이 보인다면, 여전히 비행기 잔해가 있는 곳까지 운전해서 갈 수는 없다는 뜻이다. 주차장에서 비행기 잔해가 있는 곳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비포장길을 걸어야 하니, 편안한 신발을 신고 가도록 하자.
안내문에 따르면 비행기 잔해까지의 거리는 4 km 정도이고, 오프로드 주행은 경찰에 신고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참고로 아이슬란드의 범칙금은 꽤 센 편이니 모험하지 말자.
출입구에 설치된 구조물을 봤을 때, 일반 관광객이 차로 들어갈 수 없게 막아두었지만, 비상 시 또는 업무를 위해서는 차량이 들어갈 수는 있어 보였다.
걸어가던 중에 구경할만한 것이라고는 왼쪽 방향에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디르홀레이 뿐. 오늘 비행기 잔해를 보러 가자고 한 건 N군이었고 나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 흔쾌히 동의했지만, 나머지 동행 2명은 '그다지 관심은 없지만 못 갈 건 없지' 라는 식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30분이 넘게 걸어도 비행기 잔해는 커녕 바다도 보이지 않으니 최초 제안자 N군은 슬슬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에 저 멀리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1973년 11월 24일 (토), 미국 해군 비행기 Douglas Super DC-3가 연료 부족을 이유로 아이슬란드 남부의 검은 모래 해변에 불시착했고, 탑승자 전원은 모두 생존했다. 그리고 그 잔해가 50년이 다 되도록 남아있다.
비행기 옆면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UNITED STATES"
비행기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있다. 비행기 조종석 쪽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던데, 어떻게 탑승자 전원이 살아남은 건지...
여기에 가자고 할 때부터 시큰둥했던 동행 둘은 먼저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고, 나와 N군은 30분 정도 더 촬영을 하다가 돌아갔다.
디르홀레이 (Dyrholaey)
비행기 잔해에서 다시 주차장으로 1시간을 걸어서 돌아온 다음,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디르홀레이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동선 최적화를 위해, 캠프사이트에서 가장 먼 비행기 잔해에서 시작하여 조금씩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디르홀레이 다음 일정은 그 옆에 있는 레이니스피아라.
네비게이션에서 도착 5분 전을 알려올 즈음, 앞으로 닥쳐 올 시련(?)을 우리 중 아무도 알지 못했다.
218번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니 펼쳐지는 오프로드. 이때까지만 해도 굴포스에서 셀랴란드스포스에 갈 때 경험했던 30번 도로와 비슷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꽤 가파른 오르막 + 생각보다 큰 자갈 + 2륜 구동 차량으로 인해, 차 안은 급조용해졌다.
게다가 길이 좁아 중간에 차를 세우거나 방향을 돌려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
긴장해야하는 구간을 벗어나서야 조금씩 주위가 보이기 시작했고, 언덕 위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려갈 걱정이 남기는 했지만 말이다.
힘들게 올라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디르홀레이의 주변 경관은 탁 트였다. 아이슬란드 관광지가 모두 그렇지만, 정말 최소한의 안전장치 밖에 없으니, 추락 등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디르홀레이 정상(?)에서 본 검은 모래 해변은 그 곳에서 불었던 바람만큼 차가웠다.
여름철에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디르홀레이 등대도 있었고,
디르홀레이 하면 기대하는 코끼리의 코 모양의 바위도 있었는데, 그 첫 만남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게 될 줄은 몰랐다.
다시 차로 돌아와서, 아침에 Kjarval 슈퍼마켓에서 샀던 파운드 케잌 모양의 빵을 한 조각 떼어 먹어보았는데... 대실패다. 빵보다는 떡에 가까웠고, 몸에 굉장히 좋을 것 같은 감초맛이 느껴졌다. 약 80퍼센트 정도의 남은 빵은 차에서 2-3일 더 뒹굴다가 버려졌다.
레이니스피아라 (Reynisfjara)
아래 지도에서 보면 알겠지만, 디르홀레이에서 레이니스피아라 (Reynisfjara) 까지는 빙 돌아서 가야만 한다. 물론, 코끼리 바위에서 다이빙하고 헤엄쳐서 가도 된ㄷ
디르홀레이에서 출발하여 내리막 오프로드를 살살 내려온 다음, 218번 도로 끝에서 1번 도로를 만난다. 비크 방향으로 가다가 215번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한다. 215번 도로는 폭이 살짝 좁아서 반대편에서 차가 올 때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약 20분이 지나서 레이니스피아라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해변을 향해 걷다보면 나오는 레스토랑. 위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건물 벽에 화장실이 있는데,
문이 잠겨 있고, 레스토랑 영수증에 찍혀 나오는 QR 코드를 인식해야 열린다. 최신식이다. 이런 거 처음 봤다.
해변으로 걸어가는 길 옆에는 이렇게 검은 모래 위에 불그스름한 돌 들이 드문드문 있다.
그리고 저 멀리에 보이는 디르홀레이 코끼리 바위. 이렇게 보니 헤엄쳐서 올 거리는 아닌 걸로... 검은 모래까지는 아니고 (맨 발로 걷기엔 꽤 아플 것 같은) 자갈 해변도 인상적이다.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레이니스피아라. 저 멀리에 보이는 바다 위에 솟아있는 뾰족한 현무암 기둥은 레이니스드란가르 (Reynisdrangar). 그리고 절벽 아래 부분에는 제주도에서만 보던 주상절리가 있다.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주상절리를 등반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제발 낙서가 없길 바란다. 주상절리의 왼쪽 부분을 자세히 보면,
웨딩 촬영을 위해 주상절리를 왼쪽부터 정복하고 있는 커플이 보이는데, 드레스 입고 저기까지 올라가는 동안 꽤 고생을 했다. 남자 복장이 캐주얼하고 좋네.
2016년이었음에도 아이슬란드 관광지에서 심심치않게 드론을 볼 수 있었다. 드론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던 장소는 셀랴란드스포스와 스코가포스였다.
해변을 따라 좀 더 이동했는데, 본의아니게 웨딩 촬영 보조가 된 느낌? 사진 보내주게 이메일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다. 이 커플 말고도 한 팀이 더 있었는데, 여기가 좀 더 훈훈했다.
해변에 왔으니 아이슬란드 돌 좀 주워가자 하고 철푸덕 앉아서 30분 정도? 그 중에 예쁜 돌을 몇 개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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