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쿨살론 (Jokulsarlon)
비가 내리기 시작한 스카프타펠 국립공원. 서둘러 다음 장소인 요굴살론으로 이동했다.
약 1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요쿨살론.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려고 하니,
갑자기 새 한마리가 공격할 것 처럼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쪼을 기세로 위협한다. 이유인즉슨, 하필 내가 주차한 자리 근처에 저 녀석의 둥지가 있었던 것. 아이슬란드는 나무가 별로 없어서 땅에 둥지를 트나보다. 둥지 근처로 접근하는 (사실은 그냥 지나가는 길인) 사람들 전부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난 다시 시동을 걸어서 다른 곳에 주차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지대 바트나요쿨 (Vatnajokull) 에서 녹아내린 빙하호수 요쿨살론.
아이슬란드 남부를 덮고 있는 이 바트나요쿨의 검푸른 물 위에 마치 섬인 듯, 징검다리인 듯 불쑥불쑥 솟아 오른 빙하들이 우리를 만나러 온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출처: 아이슬란드101).
우연히, 물범? (아니면 물개?) 을 봤다. 대략 5분에 한번씩 물 위로 올라와서 20초 정도 숨을 몰아쉬고 다시 들어간다.
날씨가 좋았다면 파아란 하늘과 그 안에 몇 조각의 구름, 그리고 그것들의 반영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뽕따 소다맛 아이스크림이 자꾸 생각났다.
노란색 수륙양용 덕버스를 이용하면 빙하 가까이에도 갈 수 있고, 유빙 조각과 위스키를 잔에 담아서 마셔볼 수도 있다고 한다 (출처: 아이슬란드101).
에일리스타디르 (Egilsstadir) 가는 길
아마도 이 날이 가장 운전을 많이한 날이지 싶다. 비크 > 스카프타펠 (약 2시간), 그리고 스카프타펠 > 요쿨살렌 (약 1시간) 에 이어서,
오늘의 마지막 이동이었던 요쿨살론 > 에일리스타디르 캠프사이트 (약 4시간). 모두 더하면 7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수동)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레이캬비크부터 요쿨살론까지는 내가 운전을 도맡아 했지만, 이 날의 강행군으로 인해 슬슬 N군 찬스를 써야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요쿨살론에서 출발할 때부터는 N군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폭풍 셔터질을 시작했다.
포스팅에서 유용하게 쓰일만한 표지판이란 표지판은 나오는 족족 다 찍은 것 같다. 저렇게 빨간색 테두리에 노란색 배경, 검정색 숫자로 쓰여 있는 표지판은 현재 이 도로의 제한 속도를 알려준다 (1번 국도는 대부분 구간에서 90 km/h).
그리고 파란색 바탕에 흰색 숫자의 표지판은 안전 속도를 알려준다. 대부분 급하게 휘어진 도로 직전에 저런 표지판이 많이 보였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익숙한 1차선 다리 표지판이 나왔다. 이 표지판이 보인다면 일단 속도부터 줄이고 맞은 편에서 차량이 오는 지 확인하자.
이런 다리에서 중간에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폭풍후진을 해야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위 표지판은 우리나라에서는 졸음쉼터, 미국에서는 Rest Area 쯤 되겠다. 아이슬란드 1번 도로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갓길 (Road shoulder) 이 없다. 그래서 안전하게 차를 세우고자 할 때 저 표지판을 애타게 찾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찾으면 잘 안나온다.
이번 포스팅은 표지판 특집인 줄. 위 사진의 표지판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삼각형 모양은 바로 (텐트 모양의) 캠프사이트 표시이다. 아이슬란드의 캠프사이트는 정말 작은 동네에도 하나씩 보인다. 구글맵이나 네비게이션에서 검색되지 않지만 길을 가다가 발견하게 되는 캠프사이트도 많다. 시설이 좋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유난히 요쿨살론에서 에일리스타디르까지의 1번 도로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그들을 서포트하는 차량들이 많았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우리와 전부 반대 방향이었다는 것. 이 대목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아이슬란드를 일주하기로 계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번 도로가 해안선에 가까워지고, 바다가 보이는 것을 보니 이스트피요르드에 가까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사람 수보다 더 많다는 양들이 초록의 벌판에서 풀 뜯어먹는 광경을 보며, '그래 이런게 힐링이지' 하는 순간,
갑자기 분위기 오프로드.
939번 오프로드
구글맵에서 에일리스타디르를 검색하고 그냥 네비게이션 안내를 클릭했더니, 아래 지도처럼 1번 도로만 타고 가다가는 너무 돌아가니 (약 40분 더 걸림) 최단거리인 "939번 도로"를 안내해주었던 것.
939번 도로는 오프로드이고, 우리의 렌트카는 2륜구동 차량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자전거도 잘만 내려오는 길이구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939번 도로의 오르막길 중간 쯤, 맞은 편에서 오는 어떤 차량이 너무 우리 쪽으로 붙어서 오는 바람에 그걸 피하려다가 약 2초 간 우리 차량의 오른쪽 뒷바퀴가 갓길 옆으로 살짝 빠졌고,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리 속엔 수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능선에 도달했고,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풍경이 (절경이고) 장관이었지만,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해도 아까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
나머지 1시간 정도의 운전은 내가 하겠다고 했다. N군도 순순히 운전대를 넘기더라.
댓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