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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Iceland

레이캬비크 (Reykjavik) | 아이슬란드 002

by plave 2022. 3. 3.

아이슬란드 여행 1일차 

내일 동행들을 만나서 렌터카를 픽업하기로 했으니, 아이슬란드 여행 1일차는 온전하게 혼자이다. 그래서 오늘은 레이캬비크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레이캬비크 캠프사이트에서 시내 중심부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아래 구글맵 참조).

 

 

물론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2016년 기준) 버스 요금이 420 ISK (약 4천원) 라서 그냥 걸었다.

 

 

캠프사이트 바로 앞 거리 (Sundlaugavegur) 는 일요일이라서 그런건지 그냥 레이캬비크의 인구 밀도가 낮아서 그런건지 걸어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한산했다. 

 

레이캬비크 (Reykjavik)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이며, 전 세계 국가의 수도 중에서 최북단 (북위 64°08') 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누크 (Nuuk, 그린란드의 수도) 가 조금 더 북쪽에 있지만 (북위 64°10'), 그린란드는 독립 국가가 아닌 덴마크의 자치국이다. 한편, 최남단 수도는 뉴질랜드의 웰링턴 (남위 41° 17' 20") 이다. 

 

Bjørn Giesenbauer, CC BY-SA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 via Wikimedia Commons

 

레이캬비크의 인구는 2016년 기준, 약 13만 명으로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1/3 이상, 레이캬비크 교외 지역까지 합하면 아이슬란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좁은 지역에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인구 밀도가 워낙 낮아서 레이캬비크가 혼잡하다는 느낌은 없다. 레이캬비크의 인구 밀도 (약 500 명/제곱 킬로미터) 는 경기도 이천시 또는 강원도 동해시 정도이기 때문. 

 

 

캠프사이트를 나선 지 30분 쯤 지났을까? (아마도) 북유럽 감성의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유럽 대륙의 집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건 알겠다. 마치 도시 전체가 이케아 (북유럽 감성이라곤 이케아 밖에 모름) 전시장 같은 느낌도 든다.

 

할그림스키르캬 (Hallgrímskirkja)

40분 정도 걸어서 드디어 목적지이자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에 도착했다.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실인데, 아이슬란드어로 키르캬 (kirkja) 는 교회를 뜻한다. 그러니까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에서 만나"라고 하는 건 "역전 앞에서 만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교회 앞에 서 있는 동상은 콜럼버스 이전에 최초로 북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했다는 레이뷔르 에이릭손 (Leifur Eiríksson).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슬란드 의회 (Alþingi Íslendinga) 의 창립 1,000주년을 기념하여 1930년에 미국에서 기증했다고 한다.

 

 

이 교회는 건축가 그뷔디 욘 사뮈엘손 (Guðjón Samúelsson) 의 작품으로 40여년에 걸쳐 제작된 높이 74.5 m의 콘크리트 건축물이라고 한다. 성질 급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써, 이걸 짓는데 40년이나 걸릴 일인가 싶...

 

 

가까이에서 건축물의 표면을 보면 마감이 덜 된 거친 느낌이다. 유럽에 흔한 성당들처럼 화려한 조각이나 장식도 없다. 그래서 투박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교회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기둥 모양의 벽면은 나중에 레이니스피아랴 (그리고 제주도) 에서도 볼 수 있는 주상절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청동으로 만든 무거워 보이는 정문 안으로 들어가서 좌회전을 하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전망대 입장료는 (2016년 기준) 성인 1,000 ISK 그리고 7~16세는 100 ISK. 아이슬란드에서는 17세부터 성인이라고?

 

 

마침 일요일이라서 정문 밖에 예배 시간이 공지되어 있었는데, 오전 11시부터 아이슬란드어로 예배가 진행되고 예배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리고 교회 안에는 공중 화장실이 없으니까 제발 물어보지 말라는 것 같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서유럽과는 다르게 성당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고, 교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 문서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의 종교 중 기독교가 (2020년 기준) 75.1% 라고 한다.

 

 

뒤돌아 보면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콘서트 오르간 (The concert organ) 이 보인다. 매년 여름 동안 Organ summer in Hallgrímskirkja 라는 이름으로 주 1회 콘서트를 여는데, 올해 (2016년) 는 7/3 (토) 부터 8/22 (일) 까지이다. 아쉽게도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오르간 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트요르닌 (Tjörnin) 호수

할그림스키르캬에서 나와서 트요르닌 호수를 향해 10분 정도 걸었다. 건물 벽에 아홉 개의 그림을 그려놓은 걸 비추는 거울을 보고, 무한도전 여드름 브레이크에서 박명수 등에 그려져 있던 그림 (남산시민아파트?) 이 떠올랐다. 

 

 

스산한 날씨처럼 황량하기 그지 없었던 트요르닌 호수에서는 하늘에서 선회하다가 갑자기 호수 수면으로 곤두박질을 치면서 물고기를 사냥 중이던 새를 구경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지켜보던 약 30분 동안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하르파 (Harpa) 

새 구경을 마치고 또 1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간 곳은 하르파. 2013년에 유럽 최고의 건축물에 부여되는 The Mies van der Rohe Award 를 수상하기도 했다는데, 내 눈에는 그저 벌집 모양 건물일 뿐. 으슬으슬했던 몸도 잠시 녹이고, 화장실도 사용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벌집 모양의 유리창은 전부 같은 모양과 색이 아니었다.

 

 

슬슬 허기가 진다. 트요르닌 호수와 하르파 사이에 그 유명한 핫도그 가게가 있지만, 그 길을 다시 돌아가기는 싫었다. 일요일이라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르파에서 나와서 해변을 따라 구름이 감싼 섬을 바라보며 캠프사이트 방향으로 걸었다. 

 

썬 보야져 (The Sun Voyager)

썬 보야져는 Jón Gunnar Árnason의 조각품으로 레이캬비크 200주년 기념 야외 조각품 경쟁에서 우승했다고 한다. 꿈의 배 또는 태양에 대한 찬가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비데이 섬 건너편에서 낚시 구경 

캠프사이트로 돌아가는 가장 짧은 길은 아니지만, 이왕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으니 비데이 (Videy) 섬이 잘 보이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위 지도에서 보는 것 처럼 Skarfagarðs Lighthouse 까지 걸었다. 아이슬란드 여행 1일차에 2만보 정도는 걸은 듯 하다. 게다가 공복에 말이다.

 

 

Skarfagarðs Lighthouse 에서 바라 본 비데이 섬은 여름이라 그런 지 초록초록했다. 1943년에 마지막 주민이 떠난 이후로 이 섬에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위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건물은 Videyjarstofa house (또는 Videy house) 라고 하는데, 현재는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여름 (5/15 ~ 9/30) 에는 Skarfabakki, Harpa 및 Aegisgarour 선착장에서 매일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이 섬에 들어갈 수 있으며, 겨울 (10/1 ~ 5/14) 에는 주말에만 Skarfabakki 선착장에서 페리를 탈 수 있다고 한다.  계절에 따른 페리 (Skarfabakki ↔ Videy) 시간표와 탑승 요금은 여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등대 근처 방파제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아마도 대구 (Cod) 를 잡는 것 같은데, 항상 얼어 있는 대구만 봐서 확실하진 않다. 위 사진의 아저씨는 내가 구경하는 약 30분 동안 3 마리나 잡는 기염을 토했으나,

 

 

최후의 승자는 이 커플이었다. 낚시대를 아줌마에게 건네 준 다음, 아저씨는 뜰채를 들고 방파제 아래까지 내려가서 건져 온 녀석이다. 몸 길이는 대략 60cm 정도. 갑자기 아이슬란드의 대구 요리가 궁금해짐과 동시에 한국에서의 생태탕 생각이 났다. 어서 캠프사이트로 돌아가 뭐라도 먹어야겠다. 

 

레이캬비크 캠프사이트 

지난 001편의 마지막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면, 그레이라인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미니밴은 나를 레이캬비크 캠프사이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려주었다. 

 

 

캠프사이트 입구에서 캐리어 하나를 끌고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80미터 쯤 걸어가면 캠프사이트 건물이 나온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에 비닐하우스를 여러 개 붙여 놓은 것 같은 건물이 캠프사이트의 리셉션 겸 식당 겸 쉬는 공간이다.

 

Image captured from google maps street view

 

이용 요금 

내가 여행했던 2016년에는 1박 정상 요금이 2,100 ISK 였다. 3박 이상 연박을 하면 조금씩 더 할인을 해줬는데, 아이슬란드 링로드를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한 여행자들은 레이캬비크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서 연박 할인을 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WiFi는 당연히 무료였는데,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고, 텐트가 설치된 곳까지 커버하지는 못했다. 현재의 서비스 및 가격을 확인하고 싶다면, 레이캬비크 캠프사이트의 웹사이트를 확인하자. 

 

시설 

WiFi 말고도 또 무료인 (이라고 쓰고, 이용 요금에 포함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샤워. 리셉션을 마주 보고 있는 건물에 화장실, 샤워실 그리고 코인세탁기 등이 있다. 

 

Image captured from google maps street view

 

뉴저지에서 출발해서 6시간 비행 후 케플라비크 공항 도착하고, 공항버스 타고 캠프사이트 와서 레이캬비크 구경하고 돌아오니 배도 고픈데 샤워도 하고 싶었다. 밥을 먹고 씻으려면 귀찮아질 것 같아서 씻고 밥을 먹기로 했다. 아이슬란드는 지열 발전을 해서 그런가 따뜻한 물이 콸콸 잘 나온다.

 

 

리셉션 건물 한 켠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방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엔 없는 것이 없다. 레이캬비크가 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과 끝이다보니, 많은 여행객들이 놔두고 간 냄비나 그릇들로 가득하다.

 

 

각종 양념들도 많아서 따로 챙겨갈 필요가 없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첫 식사 

Chicken Flavor Broccoli 로 정했다. 월마트에서 1달러 정도에 샀던 거 같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딱 1달러 정도의 맛이다.

 

조리 방법은 세상 간편하다. 물에 넣고, 잘 저어주면서 끓이면 끝. 7분 끓이라고 되어 있는데, 10분 정도는 끓여야 먹을만 했다. 냄비는 물론 아래 사진의 그릇도 모두 캠프사이트에 누군가 놔두고 간 것들이다 (수저는 내 것임).

 

 

뭔가 비주얼은 카레라이스 같지만, 맛은 전혀 인도풍이 아니다. 김치나 단무지가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에어에서 줬던 물 한 통을 경건하게 오픈해본다. 이것이 빙하의 맛인가?

 

 

저녁을 먹고 나니,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이때가 밤 11시 정도?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백야였다.

 

 

그리고 자다가 시차적응이 안돼서 새벽 2시 쯤에 잠깐 깼었는데, 가장 어두울 때가 이 정도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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